차들이 지나다니는 왕복 10차선 거대한 다리 아래에는 항상 사람들이 머물렀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 혹은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물을 마시는 사람들. 사람들이 없다면  그 자리에는 비둘기가 머물거나 비둘기들을 쫓아 온 고양이가 잠시 머물기도 했다. 어느 비가 많이 오던 장마철에 다리 아래에 물이 가득 차올았고 다리에 머물던 모든 것들이 그 기간동안 저마다의 집이나 나무나, 건물 구석 어딘가 다른곳에 머물렀다. 그러다 다시 물의 수위가 내려가고 머물수 있는 공간이 드러나면 모두가 다시 다리 아래로 모여들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올해는 수위가 높아져 다리 아래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사라졌다. 사람들은 새로운 쉴곳과 머물곳을 찾아 떠났고 비둘기들도, 그 비둘기들을 쫓아가는 고양이도 다리 아래를 떠났다. 다리 아래는 이제 물고기들이 가득하고, 다리 위에는 물고기를 쫓아 온 학이나 먹이를 가끔 뿌려주는 사람들이 머물기 시작했다.
다리 밑이 다른것으로 차오르고 그에 맞춰 다리 주변도 바뀌었다. 누군가에겐 다리가 분명 바뀌었지만, 누군가에겐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다리에 머물고 지나는 대상에 따라 다리는 변하기도, 혹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다리다.
각자만의 다리가 있으면서도 하나의 다리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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