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걸어 갈 때 어떤 기다림이나, 구간에서 시간을 재는 버릇이 있다.
횡단보도 앞 신호를 기다리며 41초.
건물 하나를 지나가는데 23초.
저 앞에 있는 골목까지 34초.
매일 학교로 가는 길 끝에 마지막으로 시간을 재는 곳은 다리 하나인데, 내가 태어날 즘 만들어진 1분 19 초의 시간이 걸리는 다리다.
작년에는 1분 22초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키가 커서인지 걸음의 폭도 그만큼 늘어났다.
오늘은 안개가 자욱해서 그런지 다리의 끝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불빛들만이 저 멀리로 희미하게 사라진다. 시간을 재며 다리를 건넜다.
정확히 30초에 마음속으로 1초씩 세던 시간과 걸음을 멈추고 잠깐 다리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 높지 않은 다리인데 물 소리만이 가득하고, 저 멀리 땅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시간을 재며 다리를 건너갔다.
습한 공기가 뺨을 스치고, 숨을 들이 쉴 때마다 조금은 비릿한 물 냄새가 코를 적신다.
50초. 여전히 다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57초. 1분 1초로 시간을 잴까? 혹은 61초로 시간을 잴까 잠시 고민했다.
60초.
61초. 다리 끝이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75초. 다리를 건너는 동안 자동차들이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다는걸 알게됬다.
79초. 아직 다리를 건너고 있다.
90초.
100초. 1초부터 다시 세야겠다.
20초. 뒤를 돌아보아도 안개만이 가득하다. 다리는 어디로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
시간을 세지 않았다. 잠시 멈춰 물소리를 들어본다.
까치 한 마리가 나타나 난간에 앉았다가 ‘깍깍’ 하고 울고 다시 날아간다.
7초 동안 일어난 일이다.
어딘가에 분명 세고 있었던 시간을 잊어버렸다.
다리 위에서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걸음을 멈춘 시간을 잊어버리고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
자동차 하나가 내 뒤편에 나타나 빠르게 지나간다.
비로소 다리 끝이 보인다.